퇴직, 전 머릿속으로만 준비해요.


본문
‘그렇군요. 머릿속에서 만리장성을 쌓으시는군요. 저도 그럴 때가 많았습니다.’
이것 역시 나의 속 얘기다. 정말 나도 그런 적이 많았으므로.
게을렀던 젊은 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칼렛이 힘없이 뱉었던 대사를 좋아했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멋을 부려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의역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잖아’.
그러니 어쩌라고. ‘그러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나는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내 멋대로 이 대사를 써먹곤 했다.
헤밍웨이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 첫 장편의 제목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이다.
이 역시 젊은이들이 써먹기 좋은 멘트다, 그런데 초로에 접어드는 50대 퇴직자라면 좀 다르다.
‘전 머릿속으로만 준비해요. 내일 그래도 또 해가 뜨잖아요?’ 퇴직을 앞두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면 이는 볼장 다 본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식인 중엔 우유부단형이 많다. 채우면 채울수록 부족하게 느껴지는 지식의 속성 때문인지 늘 머리만 바쁘다.
인간은 행동하기까지 최소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몸이 먼저 감각을 통해 상황을 인식하면 그에 따른 감정이 생겨나고, 생각으로 옮겨져 결정을 내려 마침내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단계 어느 하나에라도 제동이 걸리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자에서 변호사, 강사, 라이프 코치,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멜 로빈스라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저 과정(행동하기까지의)을 뒤집으라고 조언한다.
감각-인식-감정-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무조건 행동부터 하라는 것이다. 다소 과격한 제안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해서 자신을 바꾸었고 오늘날의 성공을 거머쥐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볼만하지 않은가.
댓글목록1
욱파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