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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자마자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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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잡자
2025-03-16 22:09 137 0

본문


한 회사에서 30년 근무하고 퇴직했다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장장 30년을 돌던 쳇바퀴가 마침내 딱 멈춘 것이다.

, 드디어...!!’

그런데 편안하기는커녕 하늘이 빙글빙글 돈다.

 

9개월 정도 실업급여 받으니 여유도 좀 있다.

늦잠 한번 푹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깨서 보니 늘 깨던 그 시간이었다.

마음과 달리 몸은 길들여진 대로 움직인다.

아침도 같은 시간에 챙겨 먹었다.

관성의 법칙이 무섭다.

, 그런데 문제가 시작되었다. 갈 데가 없는 것이다.

 

여보,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좀 편하게 쉬어요.”

아내가 이렇게 말한다, 위로하는 진심이 묻어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지나가면서 집안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진다.

아내도 자녀들도 왠지 나를 흘금흘금 훔쳐보는 것만 같다.

시간 되면 식탁은 어김없이 차려진다.

어느 날 문득 삼식이라는 단어가 훅 떠오른다.

... 삼식이라더니, 내가...?’

어느새 주억주억 눈칫밥을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퇴직 후 비슷하게 겪는 일이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하셨다거나 높은 직급으로 퇴직하신 분들은 예전에 받았던 대우를 잊지 못한다, 비슷한 대우와 연봉 주는 데를 찾는다.

입사 지원서의 희망연봉란에 퇴직 전 연봉을 쓴다.

특히 금융권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새로운 자리가 쉽지 않다. 그 정도 연봉을 줄 수 있는 곳은 없다.

내가 아는 분도 퇴직하고 제일 힘들었던 게 눈높이를 낮추는 거였다고 했다.

 

비교하는 것에서 놓여나야만 한다.

자신은 잘렸는데 같이 임원을 했던 이들이 아직 재직 중이고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위축감이 더 든다. 눈이 그곳에 머물러 있으니 재취업이 쉽게 될 리 없다.

과거를 붙들고 있으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간다는 게 가능하겠는가! 비교하는 마음을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대기업에 있었던 이들이 퇴직후 증후군을 더 많이 겪는다.

예전의 대우를 못잊다보니 중소기업에 가느니 창업이나 사업 쪽을 택하게 된다, 위험에 더 쉽게 빠지게 된다.

사회 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이 이런 얘기를 했다. 남자들은 길을 잃으면 묻지 않는다고.

심지어 퇴직 사실을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는 것조차 굉장히 부끄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가족들한테도 숨긴다.

길을 잃었다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들한테 물어보아야 한다.

혼자보다 여러 명이 함께 가면 큰 힘이 된다, 가급적이면 공동체에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나누다 보면 정보도 얻게 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열심히 살아온 이에게 퇴직은 일단 잠깐의 브레이크라고 말하고 싶다. 멈춤이 필요하다. 멈추어 살피기도 해야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알고 어디로 갈 지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멈추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보인다. 나를 알아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멈춘 김에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다시 길을 가면 더 좋다. 당분간 밤에 야간 일 좀 하면서 학비라도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사이버대라도 다니면 달라진다.

새로운 졸업장도 좋고 자격증도 좋,. 이런 걸 따면 요긴하게 쓰인다.

이렇게 기름을 채워야 새로운 길을 달려갈 수 있다.

 

퇴직 후엔 경기 룰이 바뀐다.

지금까지 내가 뛰었던 운동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라운드가 달라졌고 경기 룰도 바뀌었는데 모르고 뛴다면 결과는 뻔하다.

어떻게 바뀌었냐고?

지금까지는 다른 이들과의 경쟁이었다면 후반기 인생은 나 자신과 경기를 치러야 한다.

치열해야 한다는 면에선 경기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성숙의 길로 갈 수 있다. 편안해져야 한다. 그리고 온유해져야 한다. 겸손해져야 한다.

전투적으로 살면서 걸쳤던 갑옷은 이제 벗어버리자. 후반기 인생, 후반기 일은 다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뭘 했고 어떤 계급 달고 있었고 따위의 거들먹거리는 자세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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